콘텐츠 박태훈 대표 |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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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차이를 존중하고, 새로움을 발견하는 기쁨은 당연함에 의문을 제기할 줄 아는 이들의 몫입니다."INTERVIEWEE : 박태훈 대표, 왓챠 (OTT 콘텐츠 스트리밍 플랫폼, 구독 서비스)
왓챠의 창업자이자 CEO인 박태훈입니다. 권위와 획일성을 싫어하고, 질문과 다양성을 좋아합니다. 데이터와 기술로 사람과 콘텐츠를 연결하여, 모두의 다름이 인정받고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는, 더 다양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비전으로 왓챠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 당신이 창업한 ‘스타트업’을 소개해주세요.
왓챠는 2011년 ‘프로그램스'라는 이름으로 창업한 데이터 기반 개인화 기술 스타트업입니다.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를 평가하고 개인화 추천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왓챠피디아'를 론칭했고, 2016년에는 추천 기술을 활용하여 직접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를 론칭했습니다. 거대기업이 즐비한 OTT 산업에서 개인들의 다양한 취향을 저격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정확하게 추천하는 다양화 전략을 통해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2018년 사명을 ‘왓챠'로 변경하고, 현재는 추천 및 감상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해 이용자들이 좋아할 만한 다양한 콘텐츠를 직접 유통하고, 제작하는 등 콘텐츠 산업 전반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3.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 혹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KAIST 1학년 시절부터 이런저런 관심 분야 아이템들을 몇 년 동안 계속 모았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에 그것을 싹 펼쳐 봤을 때 개인화, 자동화, 추천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아, 내가 꿈꾸는 미래가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을 그때 하게 됐죠.
신용카드를 하나 만들 일이 있었는데 카드마다 혜택은 엄청 다양한데 나한테 맞는 게 뭔지 모르겠더라구요. 중고차를 하나 사서 자동차 보험에 가입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도 보험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혜택도 다른데 나한테 맞는 걸 찾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 바보 같았죠.
개인화, 자동화, 추천이란 것은 결국, 정보와 자본을 쥐고 있는 중앙으로부터 선택의 주도권을 다양한 개인들에게 돌려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만약 비슷한 비전을 가진 회사가 있었으면 그 회사에 취직을 했겠죠. 그런데 그런 회사가 없으니까 내가 창업을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주목한 것은 머신러닝이란 기술과 개인화된 디바이스였는데, 마침 복학했던 당시에 아이폰이 등장했죠. 모바일의 시대가 열린 거였어요. 졸업을 기다리지 않고 친구들을 꼬셔서 바로 창업을 했어요. 그리고 약간의 실패를 거쳐서, 문화 콘텐츠에 주목하면서 지금의 왓챠를 창업했죠.
4. 당신을 오싹하게 만든 사건사고가 있다면? 해결하는 과정에서 어떤 배움을 얻었나요?
2016년 1월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처음 시작할 때였습니다. CP(콘텐츠 프로바이더)들과 계약을 통해 서비스를 론칭하기에 충분한 콘텐츠들을 어렵사리 확보는 했는데, 막상 CP들이 영상 소재를 제때 못 보내주는 거였습니다. OTT 산업의 초창기였고 CP 쪽에서도 온라인 사업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안 되어 있었던 거였죠. 예정일이 코앞으로 닥쳤는데 못 받은 영상소재가 한 두 개가 아니었죠. 가만있다가는 사고 나겠다 싶어서 CP들에게 허락받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DVD, 블루레이를 하나하나 확보해서 일일이 직접 인코딩을 하고 데이터를 정리해서 겨우 론칭일에 맞출 수 있었죠.
물론 당시에는 정말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는데, 막상 위기가 닥치니까 전직원이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정신으로 어떻게든 해법을 찾아냈죠. 지금 ‘어떻게든 해볼게’ 정신은 왓챠의 중요한 스피릿 중 하나가 됐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콘텐츠 시장에서 당시에는 불법 다운로드가 워낙 컸고 유료 시장은 몇몇 최신 영화, 최신 드라마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많은 좋은 작품들이 디지털 시장에서 데이터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못했어요. 돈 내고 보고 싶어도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던 작품들이 많았죠. 당시 왓챠가 다양한 구작 영화들을 취향에 맞춰 추천하는 컨셉을 무기로 OTT 시장에 진출했던 건데, 그러다 보니 예상치 못한 위기를 겪었지만 덕분에 많은 좋은 작품을 제대로 정리하고 소비자들에게 소개하는 기여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5. 창업 과정에서 소소하더라도 행복감을 느낀 경험이 있나요?
가장 먼저는 열심히 준비해서 만든 제품을 사람들이 많이 쓰고 좋아해 줄 때 정말 행복합니다. 왓챠피디아를 처음 만들었던 2011년에 앱스토어에 ‘불편했는데 이런 서비스 만들어줘서 너무 고맙다'는 리뷰를 봤을 때 정말 기뻤어요. 열심히 만든 기능이나 콘텐츠를 업로드했을 때 사람들이 몰려서 서버 터지고 ‘너무 재밌다', ‘너무 좋다'는 반응이 오면 정말 기뻐요. 물론 이제는 항상 만반의 대비를 하니까 서버 터지는 일은 거의 없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지금도 그런데, 1년에 한두 번씩은 손편지가 사무실로 와요. 왓챠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다, 왓챠가 추천해준 영화를 보고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왓챠를 처음 만든 10년 전부터 꾸준히요. 그런 편지를 보면 제가 너무 감사해요. 우리는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닌데, 우리가 하는 사업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 있다는 거잖아요. 편지가 오면 회사 사람들 다 같이 보면서 더 힘을 내죠.
2019년 제주도 전사 워크숍 단체사진
6. 당신의 오아시스, 어떤 것으로부터 영감 혹은 에너지를 얻나요? 그 이유도 알려주세요.
7. 당신에게 과거에 다녀올 수 있는 타임머신 탑승권을 드립니다.(탑승 거부 불가!) 어느 때로 가고 싶고, 가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유와 함께 알려주세요.
병역 마치고 창업하기 전에 1년 정도 학교에 복학했었는데, 그때 복학 안 하고 해외에 1년 정도 나가서 언어를 하나 정도 배웠으면 좋았겠다 생각해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가 해외에서 길게 살아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시에 창업할 때는, 통계적으로 스타트업의 90% 이상이 3년 안에 망한다고 해서, 망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려고 했었는데 지금까지 안 망하고 잘 되고 있죠. 요즘 해외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보니 느끼는 건데 외국어를 잘한다는 건 정말 큰 날개였을 것 같아요.
8. 당신이 생각하는 ‘창업가 정신'은 무엇인가요?
더 나은 미래를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능력과,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실행력,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불굴의 의지.
#상상력 #실행력 #의지
9. 당신이 생각하는 ‘혁신'은 무엇인가요?
혁신은 된다면 엄청 좋을 것 같지만 다들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되는 것,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
10. 당신 회사의 핵심가치와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왓챠의 핵심 가치는 ‘다양성', ‘발견', ‘의문'입니다.
다양성은 서로의 다름을 전제로 합니다. 다름과 다름이 만나 서로를 존중할 때 더 나은 결정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다름과 다름이 만나는 과정은 새로움을 발견하는 기쁨의 과정이어야 합니다.
기존의 관습과 당연함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다양한 차이를 존중하고, 새로움을 발견하는 기쁨은 당연함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줄 아는 이들의 몫입니다.
당연한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움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고, 다양한 차이를 존중하는 것이 왓챠가 더 나은 가치를 만드는 회사가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2019년 제주도 워크숍
11. 당신 회사의 조직문화를 소개해주세요, 중요하게 보는 포인트는?
왓챠의 조직문화를 구성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해요. 그중에서도 ‘빠르고 작게 실행하는' 문화와 ‘위트를 잃지 않는’ 문화가, OTT 시장에서 거대 자본과의 경쟁에서 왓챠를 왓챠답게 만든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실패할 수도 있음을 알고,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지라고 생각해요. 가설은 언제나 틀릴 수 있어요. 상상만 하거나 토론을 하는 것보다는, 빠르고 작게 실행하는 것이 가설을 검증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죠.
이는 당연히 무수한 작은 실패를 동반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우리의 핵심 가치를 포기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는 힘은 바로 위트라고 생각해요. 위트는 유대를 만들고, 팀워크를 만들고, 실패를 극복하고 차이를 만들어내는 힘이 됩니다.
12. [PR타임] 우리 회사 깨알 자랑해보기
왓챠는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는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식상하죠. 어느 회사든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문화를 지향하는 기업은 거의 없으니까요. 그런데 왓챠에서는 그게 진짜 됩니다. 직책, 연차, 나이, 그 어느 것도 관계없이 누구나 자기주장을 펼치고 자기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어요. 대표 입으로 말하면 신빙성이 떨어져 보일 수도 있지만, 당장 저한테도 누구나 ‘티팍'이라고 부르면서 자기 의견을 이야기해요.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영어 이름 쓰기를 하는데 꽤 잘 뿌리내렸어요. ‘대표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어'랑 ‘티팍이 이렇게 말했어'는 전혀 다른 메시지일 수 있거든요.
13.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당신 회사가 성장하는 데 있어서 어떤 도움들을 받았는지?
누구 하나 콕 집어 이야기하기 어렵네요.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젊은 사람들이 모여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면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는 것 같아요. 학교 선배부터 투자사들까지요. 정말 아무것도 없던 시절, 우리가 가진 비전과 아이디어 하나 보고 초기 투자를 한 카카오벤처스부터, 엄청 많은 곳에서 엄청나게 많은 도움과 서포트를 받았어요. 지금까지 왓챠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모두의 도움들이 모여서라고 생각합니다.
2011년 창업 초기 쿠폰잇수다 시절
14. 스타트업계 대변인이 된 당신 : 스타트업의 필요성과 옹호를 위한 명쾌한 답변!
스타트업을 흔히 혁신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물론 스티브 잡스의 애플에서 보듯이 혁신이 스타트업만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스타트업이 혁신의 가장 중요한 주역인 이유는, 스타트업의 혁신은 생존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혁신을 이루지 않고는 기존의 관습과 이해관계로 촘촘히 묶인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죠. 혁신이 숙명인 스타트업들이 생태계에서 계속 등장하고 성장한다는 것은 그 산업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바로미터입니다.
15. 후배 혹은 동료 창업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버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성공까지 이르는 길은 매우 단순해요. 성공할 때까지 버티면 돼요. 버티는 게 어렵죠. 운이 좋은 사람은 성공이 빨리 찾아올 수 있고, 아니면 매우 어렵게 찾아올 수도 있어요. 스타트업 성공은 운칠복삼이라고 하잖아요. 능력 있는 사람이 정말 열심히 노력하면 운을 바랄 수 있는 자격이 되는 것 같아요. 이제는 그 운을 기다리면서 자신을 믿고 끝까지 버팁시다!
저는 코스포의 리더감이 아닙니다. 제가 리더가 된다면 얼른 뛰어난 적임자를 찾아서 리더 자리를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17. 코스포가 다섯 살이 되었습니다! 간질간질~ 코스포 칭찬 타임
많은 스타트업들은 다듬어지지 않고 미숙하죠. 창업하고 10년 동안 정말 많은 위기도 겪고, 부족함도 느꼈어요. 코스포는 스타트업들의 부족한 부분을 잘 보완해주는 한국 스타트업계의 소중한 존재입니다. 코스포 덕분에 정말 많은 스타트업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코스포를 구성하고 있는 많은 회사 중에 어떤 스타트업은 수년 후에 사라질 수 있고, 어떤 스타트업은 거대 기업이 될 수도 있겠지만, 코스포는 앞으로도 변치 않고 새로운 혁신,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는 스타트업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카이스트 재학 당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러플린 총장과의 술자리
18. 코스포에서 어떤 경험을 하셨나요? 아주 작은 것도 좋아요. 없다면 앞으로 하고 싶은 경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스타트업들은 늘상 제도나 규제, 지원 등 정책적 이슈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정책적 문제라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게 되죠. 그런데 코스포에서 정책적 지원을 해주는 과정에서 스타트업으로서 겪고 있던 어려움의 본질이 무엇이었는지 비로소 알고, 문제를 해결하는 여러 방법 중 정책적 해결이 있다는 점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기업의 성장과 성공은 단지 사업을 잘하고, 운이 좋은 것뿐만 아니라 사회, 공공과 어떻게 교류하고 함께 공존하느냐도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죠. 스타트업 하나하나는 작고 힘없는 기업에 불과하지만 스타트업들이 모여서 산업 발전과 상생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사회공헌을 위한 힘도 모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19. 위 질문과 관계없이 당신이 정말 더하고 싶은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부탁드립니다.
없다면 당신의 인터뷰를 읽은 분에게 아무말 대잔치
왓챠는 지금까지 늘 의심과 질문을 받아왔습니다. ‘적은 자본으로 OTT를 성공할 수 있겠어?’, ‘왓챠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겠어?’ 그리고 그런 의심을 극복하고 가능성을 입증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왓챠는 어떤 성공을 하더라도 늘 그런 질문을 받을 것입니다. 더 큰 도전과 더 큰 혁신에 끊임없이 도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의심과 질문을 받는 기업, 그 가능성을 입증하는 기업이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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