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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창업가
인터뷰 프로젝트

오늘도 뜨겁고 치열하게 달리는 창업가들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의 창업가정신을 들려주세요”

김태경 |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푸드#제조#공간

"제가 생각하는 창업가정신은 자기 자신을 마주할 용기입니다."
INTERVIEWEE : 김태경 대표,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취향의 다양성을 추구하며 30여 종의 크래프트 맥주를 만들어내는 양조 회사)

1.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다양하고 맛있는 술로 한국의 술 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중인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 김태경입니다. 창업 전에는 컨설팅 회사와 소비재 회사에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수영,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고, 비건이며, 명상하기를 즐깁니다. KBS 1대100이라는 퀴즈쇼에 나가서 5천만 원을 탄 적도 있습니다.



 

 


 

 

2. 당신이 창업한 ‘스타트업’을 소개해주세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성수동에서 작은 수제 맥주 브루펍으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5년 만에 전국 편의점 유통도 하고 있고, 제임슨(위스키), 오뚜기(식품), 팔로알토(뮤지션), 타다(스타트업), 남산N타워(장소) 등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서 국내 맥주 문화를 선도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마도 Tech 일색인 우리나라의 창업 문화에서 F&B 제조업에서 스타트업의 형태로 창업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몇 안되는 F&B 스타트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희 투자사들은 보통 Tech, Bio, Fin Tech, e-commerce, 등의 투자 포트폴리오 카테고리를 갖고 있는데, 저희는 늘 'Others(기타)' 포트폴리오로 분류됩니다. 



3.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 혹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10여 년간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술문화'에 많이 힘들었어요. 사람들의 취향과 개성이 고려되기보다는 모두가 되도록 싸고 빠르고 일사불란하게 취하는 것에 집중하는 문화는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술도 잘 못 마시지만 맛있는 것은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미국 유학 시절에 크래프트 맥주 (수제 맥주)에 빠지게 되었고,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중에 주세법이 많이 개정되면서 창업의 길이 열린 것을 보고 창업을 하게 되었죠. 



4. 당신을 오싹하게 만든 사건사고가 있다면? 해결하는 과정에서 어떤 배움을 얻었나요?

2016년에 창업하고 몇 달 지나지 않아서 무주에 사이클 레이스를 나갔는데 내리막길에서 낙차(자전거에서 떨어지는 일)를 당했습니다. 넘어지는 순간도 너무 아찔했고, 뒤에 오는 버스를 간신히 피해서 죽을 뻔하다가 살아났습니다. 결국 쇄골뼈가 부러져서 철심을 박았다가 1년 후에 뽑는 수술도 해야 했죠. 처음에 사고를 당했을 때 가장 걱정이 된 것은 물론 가족이었고, 그다음은 회사였습니다. 이제 막 시작해서 꽃을 피우지도 못한 우리 회사와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도 커지더라고요. 대표 몸은 혼자의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많이 들어서 건강에 대해서 정말 많이 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는 건강 관리 정말 철저하게 합니다.   




 



5. 창업 과정에서 소소하더라도 행복감을 느낀 경험이 있나요?

가장 행복할 때는 고객들의 반응이 좋을 때죠. 술을 만들어서 판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에게 기쁨을 주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긴장되기도 합니다. 후기를 남기는 사람들 중에서는 절반 이상이 술 먹고 남기는 거라서, 술 업계 쪽 게시판은 다른 산업에 비해서 감정도 격하고, 말들도 거칩니다. 그렇지만 그런 와중에 우리 회사나 맥주에 대한 칭찬이 있다면 너무나 반갑습니다.

두 번째는 오래 함께 일한 직원들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것을 볼 때입니다. 우리 회사에는 초창기부터 함께 해 온 홈브루어 출신의 양조사가 있습니다. 그분은 집에서 20리터 정도씩 맥주를 만들어서 마시던 분인데, 이제는 어느덧 10톤짜리 탱크로 맥주를 만들고, 시간당 3,000캔 이상을 생산해내는 기계를 능숙하게 다룹니다. 불과 5년 만에 말이죠. 이런 분들을 볼 때 정말 기쁩니다.




이제 10톤 탱크로 맥주를 만드는 한정훈 양조사




6. 당신의 오아시스, 어떤 것으로부터 영감 혹은 에너지를 얻나요? 그 이유도 알려주세요.

롤모델은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님이고요. 항상 문제에 집중하고, 다른 쓸데없는 없는 것에 무관심하신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웁니다. 2002년도에 장병규 의장님 밑에서 네오위즈 인턴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서 지금도 힘든 일이 있으면 한두 줄 이메일을 보내면 답변을 주십니다. 가끔 후배 창업자들을 모아서 술도 사주시죠 ^^

그 외에는 책을 많이 보는데, 되도록이면 제 업무와 관련이 없는 쪽으로 보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그래야 전혀 다른 분야에서 영감을 얻는 것 같습니다. 불교나 명상에 관한 책이나, 채식에 관한 책이나 환경에 관한 책도 보는 편이고, 소설도 종종 읽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자전거 타기와 수영과 같이 업무를 완전히 잊어버릴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을 빡세게 하는 것입니다. '아이고 힘들어 죽겠네'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 오를 만큼 힘들게 운동을 하고 나면 대체 내가 오늘 뭣 때문에 그렇게 고민하고 힘들었는지 잠시 잊게 되고, 그렇게 업무에서 disconnect 하고 다시 업무로 돌아왔을 때 좋은 해법이 많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7. 당신에게 과거에 다녀올 수 있는 타임머신 탑승권을 드립니다.(탑승 거부 불가!) 어느 때로 가고 싶고, 가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유와 함께 알려주세요.

2016년 1월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당시에 동업자와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를 함께 하기로 했는데, 동업계약서를 쓰지 않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불과 1년여 만인 2017년 여름에 결별했는데 엄청 힘들었거든요. 처음에는 서로 좋은 마음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돈을 못 벌 때는 같이 고생하니까 괜찮지만, 회사가 잘 되면 자신의 공이 더 크다고 생각하거나, 섭섭하거나 억울한 생각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동업을 하는 사람 간에는 명확한 원칙을 반드시 만들어두어야 하고, 특히 결별하는 경우에 대한 시나리오를 잘 논의해야 하는데, 초기에는 그런 걸 쓰자고 하는 게 어색하고 어려운 것 같습니다. 당시의 저에게 가서 동업계약서를 쓰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8. 당신이 생각하는 ‘창업가정신'은 무엇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창업가정신은 자기 자신을 마주할 용기입니다.


#alleyesonme #나를알아가는과정 #쫄리면하지마




9. 당신이 생각하는 ‘혁신'은 무엇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혁신은 재개발입니다. 


#기존의방식을뒤집기 #새로운경제가탄생함 #항상좋은방향은아님  




10. 당신 회사의 핵심가치와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1) 고객에게 집중하라

2) 동료를 혼자 두지말라

3) 팩트가 아닌 의견을 말하라

4) 스피드가 완벽함을 이긴다

5)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은 명확성이 생명이므로 오버 커뮤니케이션하라






  

11. 당신 회사의 조직문화를 소개해주세요, 중요하게 보는 포인트는?

퇴근할 때 술 한잔 하는 퇴근주 제도가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은 자유롭게 합니다. 의전 극혐, 다양성 존중

의전과 관련해서 상반된 문화를 비교할 수 있는 경험이 몇 번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카투사로 군대에 있을 때 한국 훈련소는 총검술이나 모포 각 잡는 법 등 격식을 많이 차리는 반면, 미군은 윗몸일으키기, 달리기, 팔굽혀펴기 등 기초체력을 어떻게 올릴지에 집중하더라고요. 그 대신에 한국군은 계급이 낮을 때는 힘들지만 올라갈수록 고참 대접을 해줘서 편해지고, 미군은 신병 때는 체력관리만 잘하면 편한데 계급이 높을수록 책임지는 일이 많아지더라고요.


두 번째는 대학때 대기업 인턴을 하고, 정작 커리어는 미국계 대기업에서 시작했어요. 한국 대기업은 미팅에서의 자리배치, 행사에서 동선 파악까지 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미국 대기업은 그런 건 상관없고, ‘고객이 너의 보스다’ 같은 말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더라고요. 마지막으로는 베인 컨설팅 M&A 팀에 있었는데 국내 대기업은 전략보다는 회장님이나 윗사람 기분을 해석하는데 시간을 많이 보내고, 외국계 사모펀드는 돈 버는 것과 실적에 집중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이런 일련의 경험을 하면서 의전 챙기고 사람에게 충성하는 것보다, 조직의 비전에 충성하는 것을 선호하게 됐고, 지금도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의전 절대 하지 말 것을 강조합니다. 예컨대 손님이 와도 물이나 커피 가져다주는 것도 하지 말라고 할 때가 많아요. 요즘은 그 정도는 알아서들 하거든요. 행사 같은 데서 마이크 (“두 손으로") 갖다 주는 사람, 시상식 같은 데서 수상자가 단상에 올라갈 때 넘어질까 봐 (“흰 장갑 끼고”) 안내해주는 문화 등 싫어합니다. 그런 일 하라고 월급 주는 것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불행한 일인 것 같습니다.


(길게 설명했는데 한 문장으로 줄이면 ‘너는 손이 없니? 발이 없니?’)


다양성은 크래프트 맥주 업계의 존재 이유입니다. 1842년대에 체코에서 필스너 라거가 태어난 이후로 거의 200년 가까이 라거의 시대였는데, 알고 보니 그 이전에는 훨씬 다양한 에일 종류의 맥주를 마셨다는 것이 크래프트 맥주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대량생산, 획일화, 효율성의 시대가 저물고, 다시 장인정신, 개성 존중, 다양성의 시대가 오고 있어요. 극단적인 예가 대한민국 아닐까요? 1960년대 이후로 진행된 성장 일변도 정책은 획일성, 효율성, 집단화를 강요했고, 그 과정에서 숨죽이거나 불행함을 느끼는 사람도 많았죠. 사람들은 획일화되면 비교하고, 비교하면 불행해집니다. 아파트가 다 똑같이 생기니까 몇 평인지 얼마인지 비교하죠. 집들이 형태도 다르게 생기고, 위치도 다르고, 정원의 유무도 달랐다면 평수를 비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요? 다 똑같이 소주, 맥주, 소맥 마시니까 누가 더 많이 마시는지로 경쟁하고, 맛이나 취향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제는 달라져야죠.



12. [PR타임] 우리 회사 깨알 자랑해보기

현재까지 우리나라 식약처에 등록된 맥주의 개수가 가장 많은 회사입니다. 다른 회사들은 200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회사가 많지만, 우리는 2016년 창업인데, 현재 수제 맥주 top 5 안에 들 정도로 고속성장하고 있습니다.    



13.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당신 회사가 성장하는 데 있어서 어떤 도움들을 받았는지?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초기에 맥주 커뮤니티 사람들이 많이 환영해주고 반가워해준 것 같습니다. 그다음에 VC 분들이 돈도 주시고, 술도 많이 팔아주시고, 술도 많이 사주신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편의점 관계자분들이 아니었다면 정말 코로나 시기를 이겨내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14. 스타트업계 대변인이 된 당신 : 스타트업의 필요성과 옹호를 위한 명쾌한 답변! 

대기업은 절대로 못하는 주변부의 사업을 일으켜서 결국 중심까지 끌고 가는 것은 스타트업만이 할 수 있습니다.



15. 후배 혹은 동료 창업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창업을 하기 이전에 저는 무대 뒤편에서 소품 담당, 조명 담당, 음향 담당, 아니면 무대 위에 있더라도 조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창업 이후에는 무대 가운데로 나와 있는 주연배우가 된 느낌입니다. 이 공연은 잘 돼도, 안 돼도 제 탓인 것이죠.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위치에 있어보게 되니 리스크에 대해서 먼저 직감하게 됩니다. '아, 이게 안되면 내 잘못이구나.' 그러다가 관객들로부터 찬사를 받는 날도 있는데, 그러면 '내가 뭘 했다고 이런 찬사를 받아도 되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기분이 가끔 드는 게 아니라, 하루에도 열두 번씩 왔다 갔다 하면서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제정신이 아닌 것이죠. 그래서 창업은 멘탈이 중요한 것 같기도 합니다.



16. 땅땅!⚖ 당신을 코스포라는 스타트업 연대체 리더로 임명합니다. 무엇을 해보고 싶으세요?

코스포 연례모임을 맥주축제로 하겠습니다. 대표나 임원뿐 아니라 각 회사별로 직원들도 와서 맥주도 마시고, 함께 코스포의 발표도 보고, 공연도 보고요. 맥주 팔아서 남는 돈으로 좋은 사업을 하거나 기부를 해도 좋을 것 같네요.



17. 코스포가 다섯 살이 되었습니다! 간질간질~ 코스포 칭찬 타임

코스포가 아니었다면 정부를 상대로 큰 소리 칠 수 있는 기업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코스포라는 든든한 방패막이 있어서 규제에 대해서 큰 소리 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18. 코스포에서 어떤 경험을 하셨나요? 아주 작은 것도 좋아요. 없다면 앞으로 하고 싶은 경험!

해외에는 대체육, 쥬스, 음료 등에  F&B 스타트업이 많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스타트업'의 형태를 띠고 있는 F&B 기업이 많지 않아요. 다들 자영업으로 하다가 지속성이 없게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코스포에 나가서 테크 스타트업 분들과 만나는 것 자체가 많은 자극을 얻습니다.



19. 위 질문과 관계없이 당신이 정말 더하고 싶은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부탁드립니다.

없다면 당신의 인터뷰를 읽은 분에게 아무말 대잔치

제가 썼지만, 코스포 연례행사를 맥주축제로 하는 것은 정말 좋은 아이디어인 듯^^




 


인터뷰에 참여해 준 김태경 대표님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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